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@저번날2@ 【스토리 진행】
히로는 나와 세라핌을 자신의 연구소에 초대했다. 그는 대체 무엇을 꾸미고 있는 걸까?
| 오늘, 바깥 하늘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. |
| 일어날 때만 해도 "아직 3~4시밖에 안 됐나" 라고 생각했지만, 전술 단말기를 꺼내 보니 알람이 울리기까지 불과 몇 분 밖에 남지 않았었다. |
| 얼마 지나지 않아, 완전히 다른 알람 시계 소리가 소파와 침실에서 동시에 울렸다. |
| 「세라핌」 벌써 일어났어?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. |
| 「지휘사」 잘 못 잤어?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. |
| 「세라핌」 조금...... 하암—— |
| 「세라핌」 어제 밤새 정보들을 정리하느라, 거의 못 잤어. |
| 「지휘사」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정보들로...... 히로가 모래화의 원흉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까? |
| 「세라핌」 ...... 아직은 무리야. |
| 「세라핌」 그래도 이미 유해화랑 다른 잔인한 실험에 대한 증거는 갖고 있어. |
| 「세라핌」 개중에는 모래화보다 더 악질이고,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온 실험도 있어. 그동안 계속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. |
| 「세라핌」 이제, 우리가 녀석의 범죄를 폭로할 차례야. |
| 세라핌의 고집을 이기지 못하고, 결국 그녀와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. |
| 다시 연구소로 찾아오니, 익숙했던 광경이 지금은 다소 기괴하게 느껴졌다. |
| 밖으로 노출된 전선, 번갈아 번쩍이는 신호등, 공기 중에 지지직 거리는 전류 소리...... 메아리가 들리는 발소리. 한 걸음씩 발을 옮길 때마다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. |
| 연구소의 가장 아래층, 원래도 봉쇄되어 있던 이곳은 이제 아무런 방어 시설이 없기 때문에, 더 깊은 곳까지 갈 수 있다. |
| 바로 그 곳, 작은 방 안에서 사무용 의자에 앉아 있던 히로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. |
| 「히로」 잘 왔네. |
| 「히로」 이곳에 올 결심을 했다는 건, 자네들도 상당히 많은 정보를 모아왔다는 뜻이겠지. 한 번 얘기해 보겠나? |
| 「세라핌」 이제와서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. |
| 「세라핌」 유해화, 모래화, 레비아탄...... 뭐든지 간에, 네 지위와 명예를 꼴아박는 데엔 데엔 충분해. |
| 「세라핌」 영웅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, 이제 남은 건 죄인의 참회록 뿐. 히로, 남은 생은 감옥에서 썩도록 해! |
| 「히로」 잠시만, 방금 언급한 죄명에 뭐가 있다고? 유해화, 모래화, 그리고 레비아탄이라. |
| 「히로」 미안하지만, 모래화를 한 기억은 없군. 무슨 증거로 내가 했다는 거지? 아니면 그저 네 억측인가? |
| 「세라핌」 ...... 확실히 모래화를 했다는 부분에 관해서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. |
| 「세라핌」 하지만 지금까지 모은 정보를 종합해 보면, 넌 절대 이 사건에서 벗어날 수 없어. 그리고 너 말고 다른 용의자도 없어. 네가 아니면 누군데? |
| 「히로」 하하, 그렇게 흥분하지 마. 자넨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군. |
| 「히로」 어제 아침에는 지휘사 (와)과 함께 있었지? 물어볼 게 있어서 자네를 찾았다고 얘기했는데, 그건 정말이야. |
| 「히로」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지, 모래화가 된 사람들, 네 눈에는 어땠나? |
| 「세라핌」 모래화가 된 사람? 어땠냐고? |
| 「히로」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, 넌 정말 모래화가 범죄라고 생각하나? 내 추측이 맞다면, 네가 지금 이렇게 흥분한 건 모래화의 범인이라고 몰려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, 따라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싶어서이겠지. |
| 「히로」 하지만 그 전에는? 모래화 사건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됐는데도, 자네는 이를 막을려고 조차 하지 않았지. 네 마음 속에서 모래화된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거야. |
| 「히로」 심지어 어느 순간에선, 넌 이런 생각도 했을 거야——"이 사람이 모래가 되면 좋겠다". |
| 「히로」 분명 자신도 같은 악의를 가지고 있으면서, 돌아서서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문제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것. 이게 바로 지금의 네가 하고 있는 짓이야. |
| 「세라핌」 조용히 해! 모래화가 없다고 해도, 너는 아주아주 많은 나쁜 짓을 했어! 넌 심판받아야 해! |
| 「히로」 맞아. 하지만 난 모래화는 하지 않았지. |
| 「히로」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, 넌 영원히 살인범 혐의를 벗을 수 없을 거다. |
| 「히로」 설령 다른 이가 네 관점을 인정한다 해도, 넌 영원히 자신을 인정하지 못할 거야. 그 후 매일 밤, 너는 스스로 의심하겠지. 밤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은 도망갈 곳이 없어...... |
| 「세라핌」 나한테 덮어씌우려고 하지 마! |
| 「세라핌」 나한테 정말 다른 사람을 모래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...... |
| 「세라핌」 나한테 정말 다른 사람을 모래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, 너 같은 사람은 진작에 이 세상에서 사라졌어야 해!! |
| 세라핌의 히스테릭한 외침은 작은 방 안에서 끝없이 맴돌았다. |
|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, 갑자기 방 안이 조금 밝아졌다. |
| 그 순간,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. |
| 히로의 몸에서 기괴한 빛이 나기 시작했다. 지금 그의 몸은...... 마치 시가지에서 본 남자와 같았다. |
| 그는 자신이 사라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관찰하려는 듯, 손을 들었다. |
|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공포는 커녕, 오히려 광적인 웃음이 드러나 있었다. |
| 「히로」 드디어 깨어났군, 바로 지금이야——아직 끝나지 않았어! |
| 히로는 그렇게 가루가 되어가는 몸으로 재빠르게 총을 꺼내들었다. |
| 총구가 세라핌을 향해 겨누는 것을 보고,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달려들어 그녀를 밀쳤다. |
| 탕——탄환이 땅에 박혔다. |
| 「히로」 ...... 아쉽군, 천재일우의 기회였는데...... |
| 그의 손바닥도 모래가 되었고, 총알이 없는 총은 땅에 떨어졌다. |
| 「히로」 이 모든 것이, 신을 강림하게 하여, 신의 조종(弔鐘)을 울려 신세계로 가는 대문을 열기 위한 준비였거늘! |
| 「히로」 아쉽게도 성공하진 못했지만, 적어도 이 세계는 나와 함께 매장당하겠지. |
| 「히로」 마지막으로 알려주지, 지휘사 . 앙투아네트...... 그리고 안화는...... |
|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눈을 감았지만, 마지막 순간까지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웠다. |
| 그 후, 완전히 가루가 되었다. |
| 그리고 세라핌은 천천히 쪼그려 앉아 온 몸을 떨었다. |
| 「지휘사」 세라핌...... |
| 「세라핌」 내 잘못이 아니야...... 난 그저 바랬을 뿐이야,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...... |
| 「세라핌」 그렇게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...... 이것도 죗값을 치른 거야...... |
| 「세라핌」 지금까지도! 지금까지 모래화한 사람들도...... 다 나쁜 사람이었잖아? 다 살아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잖아? |
| 「세라핌」 다 히로랑 똑같아...... 난 그저 정의의 편에 섰을 뿐이야. |
| 「세라핌」 안화와 앙투아네트를 해친다니...... 난 그렇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! 내가 아닐 거야...... 나일 리 없어...... |
| CCTV의 영상...... 그래, 중앙청에서 잃어버린 그 영상. 그걸 찾을 수만 있다면, 세라핌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 거야. |
| 시선이 순간 사무실 책상에 있는 컴퓨터로 향했다. |
| 손을 벌벌 떨며 바탕화면에 있는 동영상 파일을 열었다. |
| 끝까지 화면에 나타난 것은 사하무가 유해화가 되는 과정이었는데, 모든 과정에서 히로가 옆에 서서 평온하게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었다. |
| 안화와 앙투아네트를 없었다. 그러나 단서가 없다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. |
| ——증거를 찾지 못한다면, 넌 영원히 살인범 혐의를 벗을 수 없을 거다. 설령 다른 이가 네 관점을 인정한다 해도, 넌 영원히 자신을 인정하지 못할 거야. |
| 그 후 매일 밤, 너는 스스로 의심하겠지. 밤마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은 도망갈 곳이 없어...... |
| 귓가에서 세라핌이 절망적으로 흐느끼는 소리가 맴돌았다. |
| 「레이첼」 이건...... 너무 비참하네. |
| 「지휘사」 부탁할게! 그녀를 구할 방법이 없을까? ...... 좀 갑작스럽긴 하지만, 너 말고 부탁할 사람이 없어. |
| 「레이첼」 지금 그녀의 모습을 봐. 눈물은 마르고, 눈빛은 흐리멍덩해서 시선에 초점이 아예 없어. 눈을 뜨고는 있지만, 아무것도 안 보고 있다고. |
| 「레이첼」 이 아이는 내면의 자신과 마주할 자신이 없는 거야.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, 마음은 거의 죽었어.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? 넌 이 아이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? |
| 잠시 망설이다가, 그간 있었던 일을 레이첼에게 말했다. |
| 레이첼은 잠시 침묵했다. |
| 「레이첼」 솔직히 말하자면, 본인이 일부러 그랬든 아니든 간에, 결과만 보면 그녀의 이런 행동은 이미 범죄야. |
| 「레이첼」 오히려 자신의 행동을 전혀 의식하지 않았으니 일반 범죄랑은 차원이 다르지. 아주 끔찍한 점이야. 네 설명대로라면, 그녀는 자신의 의지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어. |
| 「레이첼」 본인이 이를 통제하지 못한다면...... 높은 확률로 대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겠지. |
| 「레이첼」 너를 도와주지 않는다는 소린 아니야. 그녀가 한 행동은 용서할 순 없지만, 직업윤리적으로도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해볼 거야. 다만, 넌 그 후의 일을 생각해 봐야 해—— |
| 「레이첼」 만일을 대비해, 그녀를 가둬야 하지 않을까? 중앙청의 지하실에. |
- ▷ 세라핌을 가둔다
▶ 세라핌을 가두지 않는다 | 「지휘사」 거절할게. 세라핌은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이미 의식하고 있고, 그래서 지금의 모습이 돼버린 거야. 그녀의 잘못은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나서 법에 의해 심판받아야 돼. 중앙청은...... 그녀를 가둘 권리가 없어. |
| 레이첼은 대답하지 않았다. 그런데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른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. |
| 「슌」 미안, 내가 좀 늦었지. 그래도 아직은 그렇게 늦진 않았을려나. |
| 「슌」 좀 비켜주겠니? 지휘사 , 지금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. |
| 「지휘사」 잠깐만, |
| 「슌」 뭐 하려는 거냐, 맞지? 그런 쓸데없는 얘기는 집어치우자, 당연히—— 위험인물로 확인된 세라핌을, 이 자리에서 죽여야 해——!! |
| 「지휘사」 하지 마! |
| 「슌」 이렇게 다급하게 그녀의 앞을 막아서다니, 너한테 있어서 그녀는 꽤 중요한가 봐? |
| 「슌」 농담이야, 지금 세라핌의 외부 지지율이 얼마나 높은데. 얘한테는 아직 이용 가치가 있어. |
| 「슌」 안화랑 앙투아네트는 죽었고, 지금은 히로도 죽었어. 이제 중앙청을 맡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지휘사 너 뿐이야. 세라핌의 도움으로 중앙청을 재정비할 수 있다면, 한 번 봐 주는 것도 나쁘지 않지. |
| 「레이첼」 야야, 너희들 지금 살인자를 구세주로 추켜세울 작정이야? |
| 「슌」 군 녀석들을 견제할 수만 있으면, 진실이 어떻든 상관 없어. 지금 문제는 지휘사 (이)가 세라핌을 장악할 수 있느냐야. |
| 「슌」 세라핌을 설득할 수 있다면, 죽이진 않겠지만~ 그럴 수 없다면, 미안하다는 말밖에 못 하겠네. |
| 「지휘사」 내가 약속할게. 하지만 정정하고 싶은 게 있는데, 그녀가 나를 도와주는 거랑 내가 그녀를 장악할 수 있는 건 별개의 문제야. |
| 「지휘사」 나라면 세라핌을 설득해서 도와달라고 할 수 있어. 왜냐하면...... 걔는 내 친구니까. 아니, 친구보다 훨씬 중요해. |
| 「슌」 상관없어, 난 결과만 보니까. |
| 「슌」 서둘러. 군대 쪽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거든. 커다란 새가 이미 접경도시 중심까지 내려왔어. |
| 「슌」 늦으면, 아무것도 할 수 없어. |
| 실험실은 다시 조용해졌다. |
| 접경도시도 잠시 간의 평온을 되찾았다. |
| 하지만 고요한 수면일수록 더욱 큰 어둠의 폭풍이 몰아치는 법. |
| 재앙을 가두고 있던 연구소는 이미 텅 비었다. |
| 경비가 삼엄한 또 다른 어둠 속에서는,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존재가 미래를 향해 텅 빈 두 눈을 떴다. |
함께 황량항 세상의 종말을 기다리자.
【수첩】
제 1일.
히로가 세라핌을 모래화 사건의 원흉이라고 비난했다. 그리고 나는——격노한 세라핌이 히로를 모래로 만들어 버리는 것을 목격했다.
레이첼은 세라핌의 의식 속에서 그녀의 폭주를 막을 방법을 찾은 것 같다. 실험은 내일 준비가 완료될 것 같다. 오늘은 일단 차분하게 기다리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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